섬진강의봄, 그리고 정통발효 매실주 섬진강 바람의 기사입니다.
광양매실로 정통 발효 매실주를 만드는 섬진강의봄, 그리고 그 첫 발걸음인 섬진강바람이 소개 되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소개 전문이며 다음의 원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미로제, 고운달, 문경바람 만든 이 대표가 매실특구 광양에 새 양조장 차려
이달 8~17일 열리는 광양매화축제에 처음 선보여…하이볼 제조 체험도 가능
매실청, 매실즙, 지역산 돌배 섞어 매실 발효 성공…증류 후 6개월 숙성 거쳐
“농익은 황매로 만든 섬진강 바람이 전국에 황매 바람 일으켰으면 한다”
매화가 이렇게 흐드러지게 활짝 핀 것을 보고 싶다면 당장 전남 광양으로 오라. 8~17일 광양에서 열리는 매화축제 기간이 매화 개화의 절정이다. 특히 올해는 광양의 특산물인 매실로 발효, 증류시켜 만든 매실증류주를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는 체험행사도 열린다. /섬진강의 봄 제공
‘봄의 전령사’ 매화가 올해 더 빨리 우리 곁을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매화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이미 개화한 곳이 많으며, 빠르게는 평년보다 40일이나 빨리 꽃을 피웠다고 한다. 매실특구 전남 광양시는 이달 중순에 매화가 절정을 이룰 것을 감안해, 올해 광양매화축제를 8일부터 17일까지 개최한다. 이 기간 광양을 찾으면 축제행사장은 물론 시내 곳곳에 매화가 절정을 이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축제행사기간 전국에서 150만명이 찾을 것으로 광양시는 추정하고 있다. ‘광양 매화, K-문화를 담다’는 주제 아래 ‘매화가 오니, 피었습니다’를 축제 슬로건으로 삼았다.
매화축제가 곧 열릴 광양을 미리 찾았다. 광양의 한 양조장을 가는 길이었다. 경북 문경의 양조장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광양에 새로 차린 양조장 ‘섬진강의 봄’이 최근 개발한 매실증류주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양조장 주소는 전남 광양시 진월면 장재길 161-2다.
이종기 대표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오미자증류주 고운달, 사과증류주 문경바람을 만든 우리나라 최고의 양조인 아니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매실 증류주? 매실 증류주는 시중에 이미 나와있는 제품이 있다. 더한주류에서 만드는 서울의 밤이 매실증류주다. 그런데, 이종기 대표가 이번에 만든 매실증류주 섬진강 바람은 제조방법이 아예 다르다. 기존 제품이 담금술에 매실열매를 침출시킨 뒤 증류하는 방식으로 만든 반면에, 섬진강 바람은 매실을 발효시켜 매실발효주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증류해서 6개월 숙성해서 만든 제품이다. 매실 발효에는 매실청, 매실즙, 그리고 배를 일부 넣었다. 발효는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공정으로 매실 자체는 당도가 낮기 때문에, 설탕과 매실을 1대1일로 섞어 2개월 숙성한 매실청의 당분이 매실발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섬진강의 봄 양조장 이종기 대표가 홍매화 나무 앞에 서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술은 섬진강 바람으로 매실을 발효, 증류, 숙성한 술이다. 기존의 매실주가 담금술에 매실을 넣어 매실향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해온 반면, 이종기 대표는 직접 매실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었다. /박순욱 기자
매실 술이 있는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에서도 매실을 발효한 술은 그동안 없었으니, 이종기 대표가 이번에 내놓은 섬진강 바람은 매실 향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첫번째 제품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일본, 중국의 매실 양조장이 매실청을 활용한 발효법을 몰랐을 리는 없다. 매실청에는 설탕이 다량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를 꺼려한 매실 양조장들은 매실 발효 대신 매실 침출 방법(담금술에 매실을 수개월 담가두면 매실 향이 술에 배여든다)으로 술을 만들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고 선택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매실 침출술이 대세였다. 대부분의 중국, 일본 양조장이 그랬고, 한국의 매실주 1위 기업인 더한주류(서울의 밤)도 침출방법을 택했다.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개발 노하우가 있는 이종기 대표는 달랐다. 과실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려면 과실발효를 해야 한다고 판단, 매실을 발효, 증류한 술을 이번에 처음 내놓았다. 섬진강의 봄 양조 철학은 그래서 ‘이노베이션’이다. 창의와 혁신으로 세계 최초로 매실 발효로 완성한 술을 내놓았다. 이제 소비자가 누구 손을 들어줄지 기다려 볼 일이다.
섬진강의 봄 양조장에서 만든 매실증류주 섬진강 바람. 알코올 도수는 40도다. 항아리, 오크통 숙성 두 가지 제품이 있다. /박순욱 기자
매실발효증류주를 내놓은 계기를 이종기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3년전에 광양시청에서 용역 제안을 해왔다. ‘광양은 우리나라 유일한 매실산업특구지역인데, 매실로 만든 제대로 된 술이 없다. 매실을 전국적으로 알리기에도 매실술이 제격이니, 매실을 발효한 술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런데 신맛이 강한 매실은 당분은 상대적으로 낮아, 발효가 어려운 과실이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경우, 당도가 높아, 포도가 갖고 있는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만 잘 선택하면 와인을 만들기가 쉽지만, 당분이 낮으면 알코올로 바꾸기가 어려운데다, 신맛이 강한 것도 효모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섬진강의 봄 이종기 대표가 오크통에 숙성 중인 매실증류주 섬진강 바람을 꺼내 맛과 향을 보고 있다. /박순욱 기자
하지만 나에게는 매실보다 신맛이 더 강한 오미자를 발효시켜 오미자 와인, 오미자 증류주를 만든 노하우가 있다. 그래서 오미자 와인 제조법 비슷하게 매실 스파클링 와인도 만들고, 매실 증류주도 개발해, 광양시에 갖다주었다. 그랬더니 광양시에서 난리가 났다. 술 반응이 너무 좋다는 거였다. 그래서 올해 2024년 매화축제 때 매실발효증류주를 주인공으로 삼자고 또 제안이 왔다. 그래서 올해 매화축제 기간에 내가 만든 매실증류주 섬진강 바람을 하이볼(증류주에 탄산을 섞은 칵테일의 일종)로 만들어 축제를 찾는 손님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섬진강의 봄 양조장 내부를 이종기 대표가 안내했다. 2층 높이의 허름한 임시공장 같은 외관을 한 양조장은 그러나, 안에 들어가보니, 거대한 술 탱크들이 즐비했다. “1만리터 발효탱크가 8개다. 지금껏 매실주 공장에선 발효탱크가 필요없었는데, 발효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실 발효는 내가 처음이다. 내가 직접 설계한 동(구리) 증류기는 3000리터 용량이다.”
예년보다 일찍 개화한 매화가 봄바람에 벌써 꽃잎이 떨어지기도 했다. 오크 숙성한 섬진강 바람 매실주를 매화 꽃잎들과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다. /박순욱 기자
우선 발효과정이 궁금했다. 매실 발효는 매실청과 매실즙을 섞어서 발효탱크에 넣어 한달간 발효를 진행하면 마무리된다. 매실청, 매실즙 모두 황매를 사용한다. 흔한 청매가 아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일본에서도 고급 매실주에 사용한다는 남고황매만 사용한다. 이 남고황매는 처음부터 빨갛고 노란 색을 띤다. 6월말에서 7월초에 수확을 한다. 농익은 매실향이 난다. 이 황매와 설탕을 반씩 섞어 2개월 숙성시킨 것이 매실청이고, 매실을 으깨 씨를 발라낸 뒤 압착시켜 짠 것이 매실즙이다. 설탕을 넣은 매실청이 당연히 당도가 높다. 매실청과 매실즙을 섞으면 당도가 20브릭스 정도 되기 때문에 발효가 끝나면 알코올 도수가 약 10도가 된다. 광양의 백운산 돌배도 일부 들어가는데, 산도를 낮추고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매실주 하면 매실 침출술이었다. 매실은 당도가 낮아 알코올 발효가 어렵고, 특히 산도가 높기 때문에,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효모활동(효모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뱉아낸다)이 왕성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당도는 매실청으로 어느 정도 잡았고, 산도(신맛) 문제는, 산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활동을 하는 효모를 어렵게 찾아 해결했다”며 “그럼에도 효모활동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매실 자체의 풍미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코올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면 술의 향과 풍미가 깊어진다. 그래서 일부 막걸리 양조장에서는 발효실 온도를 낮추는 등 의도적으로 효모가 천천히 활동하도록 유도한다. 프리미엄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주로 이 방법(저온발효공법)을 활용한다.
그 다음은 증류다. 현재 이곳 양조장은 매실발효주 상품은 출시하지 않고, 전량 증류를 거친다. 증류원액의 알코올 도수는 60도. 이를 오크통과 항아리에 옮겨 담아 약 6개월을 숙성시키고, 물을 어느 정도 섞어 알코올 도수를 40도로 맞춰 병입하면 출시준비가 끝난다. 알코올 도수 40 제품은 오크 숙성, 항아리 숙성 제품이 있고, 20도는 항아리, 24도는 오크 숙성이다. 20도와 24도 제품은 미국 수출을 겨냥한 제품이다.
봄의 전령사 매화가 활짝 피었다. 남부지방은 벌써 봄 기운이 완연하다. /섬진강의 봄 제공
그런데 하나 특이한 것이 증류기 옆에 붙어 있는 거대한 탱크다. 이 대표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술덧(증류기에 들어갈 발효주)을 증류기에 쏟아붓기 전에 미리 55도 정도까지 술덧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는 예열기다. 그런데, 예열기 내부는 증류기와 마찬가지로 동(구리) 재질로 돼 있어 술덧에 있을지도 모르는 황화합물 같은 이물질을 흡착하는 기능을 한다. 증류주는 동 재질에 많이 노출될수록 맛이 좋아지는데, 예열기를 거치는 증류주는 그래서 그렇지 않은 술보다 향과 풍미가 더 좋다. 유럽의 칼바도스(사과증류주), 꼬냑(포도증류주)을 만드는 증류소에는 꼭 이 예열기가 있다.” 그러나, 국내 양조장을 수없이 가봤지만 예열기를 활용하는 양조장은 거의 없었다. 국내 최고의 증류주 전문가 이종기 대표가 갖고 있는 노하우의 하나가 예열기인 것이다.
섬진강의 봄 이종기 대표가 증류기의 예열기를 가리키고 있다. 증류 대상인 술덧을 증류기에 넣기 전에 미리 55도까지 데우는 예열기는 에너지 효율 측면뿐 아니라 술의 풍미를 더욱 깊게 하는 효과도 있다. /박순욱 기자
그럼, 이 대표가 만든 매실증류주 섬진강 바람은 어떤 맛일까? 허브향이 강하면서, 장미, 백합, 라일락 등에서 날 수 있는 플로랄향(꽃향)이 느껴져 굉장히 고급스런 이미지를 풍겼다. 알코올 도수가 40도로 꽤 높은 편인데, 이종기 대표의 권유로 하이볼로 만들어 맛을 보니, 오히려 매실 향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섬진강 바람 하이볼은 술 양만큼 매실청을 넣고 탄산수를 서너배 넣으면 되는데, 이렇게 하면 알코올 도수는 6도 정도로 떨어진다.
이 술에 대한 이종기 대표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양조 경력이 40년이 훨씬 넘는 그는 지금껏 100종이 넘는 술을 만들었다.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결)는 한병에 15만원으로 왠만한 샴페인보다 비싼 값을 받고 있고, 오미자증류주 고운달 가격은 30만원을 훌쩍 넘는데도, 곧잘 팔린다. 사과증류주 문경바람은 하이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섬진강 바람은 어떤 점수를 이 대표 본인이 줄까? 이종기 대표는 “100종이 넘는 술 중에서도 섬진강 바람은 가장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며 “개발 단계부터 하이볼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고객들이 취향대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기에 딱좋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단맛을 좋아한다면 매실청을 좀 더 넣으면 되고, 단맛을 싫어하는 애주가는 술 비중을 조금 더 높이면 된다.
섬진강 바람 하이볼 맛이 궁금하다면 8일부터 열리는 광양 매화축제장을 찾으면 된다. 행사장에서는, 원할 경우 본인이 하이볼을 직접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비용 부담도 전혀 없다. 입장료 티켓을 가져오면 한잔의 하이볼을 그냥 맛보게 해준다. 특히 올해는 ‘차 없는 축제장’을 위해 일반 차량(별도의 대형주차장 있음)의 축제장 출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광양 전역에서 활짝 핀 매화를 감상하기가 오히려 더 나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물론 섬진강 바람은 곧 온라인판매, 주요 유통업체, 전통주점에서도 판매가 시작된다.
섬진강의 봄 양조장.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매실 특구인 광양에 차린 새 양조장이다. 세계 최초로 매실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을 생산한다. /박순욱 기자
이종기 대표는 올해 광양매화축제에 맞추어 내놓은 매실증류주 섬진강 바람 출시를 계기로 이 지역 매실이 전국적으로 더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광양시에서 매실 홍보를 위해 20년전에 축제장에 내놓은 것이 매실장아찌였다. 매실장아찌는 전국적으로 홍보가 됐고, 매실 농가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는 장아찌에 만족할 수 없다. 청매가 아닌 황매로 만든 매실주가 전국의 애주가들에게 사랑을 받아, 광양의 황매가 각광받을 때가 왔다고 본다. 사실, 황매는 청매보다 매실 향이 진하고 풍미도 깊다. 그런데, 지금껏 매실 하면 청매뿐이었다. 황매는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황매로 만든 술, 섬진강 바람이 전국에 황매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섬진강의 봄 양조철학, 두번째는 상생이다. 지역의 농업소득과 관광산업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종기 대표는 “섬진강의 바람 출시가, 남도의 식문화와 어울리는 새로운 음주문화를 보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